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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 5화-물가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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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 5화-물가의 여자 마을 변두리, 냇가 근처의 공기는 늘 무겁고 정체되어 있었다 .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물 위에는 뼈를 깎는 듯한 차가운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고, 그 안개 속에서는 젖은 흙과 썩은 수초가 뒤섞인 냄새가 났다 . 그것은 명화가 미장원 아주머니인 미숙에게서 처음 맡았던 그 '비린내'와 같았다 . 살갗을 파고드는 지독하고 금속적인 죽음의 악취였다 . 무언가에 홀린 듯, 명화는 그날 오후 혼자 물가로 향했다 . "물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 무덤이다"라는 할머니 옥분의 경고가 귓가를 맴돌았지만, 귓속의 환청 같은 방울 소리는 새로운 리듬으로 명화의 등을 떠밀었다 . 진흙투성이 강둑에 다다르자 세상은 진공 상태처럼 고요해졌다 . 키 큰 갈대들을 흔들던 바람도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 명화는 물가에 서서 탁한 소용돌이를 응시했다 . 자꾸만 꿈속에서 보았던 정순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 죽은 자들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찾아 안쪽으로 향해 있던 그 텅 빈 눈동자가 물결 위로 겹쳐 보였다 . 서걱. 마른 갈대를 밟는 둔탁하고 의도적인 발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 명화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 심장이 갇힌 새처럼 흉통을 두드렸다 . 거기 미숙이 서 있었다 . 미장원 아주머니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새집 같았고, 피부는 수년간 햇빛을 보지 못한 사람처럼 창백한 잿빛이었다 . 하지만 명화를 얼어붙게 만든 건 그녀의 눈이었다 . 초점은 없었지만, 그 텅 빈 구멍 안에서는 무언가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 살아있는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어둡고 절망적인 굶주림이었다 . "너..." 미숙이 속삭였다 . 그 목소리는 목청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젖은 걸레로 돌바닥을 끄는 것 같은 질척하고 불쾌한 소음이었다 . 명화는 발을 뗄 수 없었다 . 강물의 비릿한 악취가 갑자기 미숙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파도처럼 뿜어져 나와 명화를 덮쳤다 . 미숙이 한 걸음 ...

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 4화 정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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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정순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번지기 시작한 해괴한 소문은 복순이네 엄마의 입을 통해 명화의 귀에 닿았다. 복순이네는 명화의 집에서 두 집 건너 살았는데, 그녀의 말투는 마치 비가 새는 지붕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 같았다. 특별한 악의는 없었으나, 결코 멈추는 법이 없었고 무엇보다 비밀을 담아두지 못했다. "그 미장원 미숙이 말이야." 복순이네 엄마가 마을 공동 우물가에서 누군가에게 속삭였다. 명화가 빈 물통을 들고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목소리를 낮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밤마다 자정만 넘기면 물가에 나간대. 우리 남편이 벌써 세 번이나 봤다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장대처럼 꼿꼿이 서서 물만 보고 있더라는 거야." 명화는 발걸음을 늦췄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아무 말도 안 한대요? 기도라도 하는 건가?" 곁에 있던 이웃이 물었다. "말은 무슨. 숨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가만히 서 있대. 마치 물속에서 뭐가, 혹은 누군가가 튀어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이야." 명화는 물을 채우지 못한 빈 양동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텅 빈 양동이의 무게가 오히려 물이 가득 찼을 때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마당 한가운데에 양동이를 내려놓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툇마루에는 할머니 옥분이 앉아 콩을 까고 있었다. 할머니는 명화가 온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콩껍질이 갈라지는 건조한 소리만이 마당의 정적을 메웠다. 명화는 할머니 옆에 나란히 앉았다. "할머니. 마을 사람들이 물가에 나가는 아주머니 이야기를 해요." 서걱거리던 손길이 아주 잠깐 멈췄다. 세상이 숨을 죽인 듯한 찰나의 정적 후, 리듬이 다시 이어졌다. "들었다." 할머니가 짧게 답했다. "왜 가는 걸까요?" 할머니는 까던 콩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마당의 감나무 너머를 응시했다. 오후의 햇살은 멍든 오렌지빛으로 변해 있었고, 마당 위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