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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 15화 목소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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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목소리의 정체 콰창—! 얇은 문창호지가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며, 시커먼 진흙과 썩은 물때가 잔뜩 엉겨 붙은 거대한 손목 하나가 신당 안으로 불쑥 밀고 들어왔다. 그 손은 마치 굶주린 짐승의 주둥이처럼 허공을 미친 듯이 휘저으며 가장 먼저 산 자의 온기를 찾았다. 찢어진 문틈 사이로 훅 끼쳐 들어온 것은 단순한 강물 냄새가 아니었다. 수십, 수백 년 동안 강바닥에 가라앉아 햇빛 한 번 보지 못한 망자들의 질척거리는 원한, 바로 그 지독한 수마(水魔)의 악취였다. "이 악독한 것들이 기어이 선을 넘는구나!" 할머니 옥분이 피투성이가 된 입술을 깨물며 손에 쥔 시퍼런 무칼을 허공으로 휘둘렀다. 사각! 쇳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칼날이 젖은 손목을 베어내자, 붉은 피 대신 시커먼 흙탕물이 터져 나오며 문풍지를 더럽혔다. 문밖에서는 팔이 잘려 나간 수살귀들의 끔찍한 비명 소리가 밤공기를 찢었다. 하지만 방어는 역부족이었다. 잘려 나간 손목 뒤로 두 개, 세 개의 젖은 손들이 다시 창호지를 뜯어내며 거머리처럼 신당 안으로 기어들어 오기 시작했다. 명화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뒷걸음질 쳤다. 오른쪽 손바닥 안에서 은색 방울이 징, 징 하며 터질 듯한 파공음을 내고 있었지만, 방울의 푸른빛만으로는 사방에서 조여오는 어둠을 온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그때, 방 한가운데 뻣뻣하게 앉아 있던 준의 입술이 다시 기괴하게 벌어졌다. "문이 열렸네. 춥다, 명화야. 우리 다 같이 따뜻한 물속으로 돌아가자." 새까맣게 물든 준의 눈동자는 허공을 향해 있었지만, 목소리만은 정확히 명화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순이의 앳된 목소리 하나만이 아니었다. 젊은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 늙은 노인의 가래 끓는 목소리, 성인 남자의 굵은 목소리까지. 수십 명의 망자가 좁은 준의 성대를 한꺼번에 비집고 나오느라 소년의 목에 시퍼런 핏대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소년의 육체는 거대한 수마가 이승에 쏟아내는 오물통이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