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 2026의 게시물 표시

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 7화 신당 앞에서

이미지
  7화  신당 앞에서 굿판이 끝난 신당 안은 지독하게 고요했다. 방금까지 천장을 뒤흔들던 놋방울 소리와 할머니의 거친 무가는 간데없고, 오직 타들어 간 향의 잔해만이 눈처럼 하얗게 바닥에 내려앉아 있었다. 명화는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을 말아 쥐었다. 손바닥 중앙, 은색 방울이 살을 파고든 자리는 마치 뜨거운 인두로 지진 듯 화끈거렸다. 하지만 그 육체적인 통증보다 명화를 더 괴롭히는 것은 귓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환청이었다. '명화야, 나 좀 봐줘. 나 여기 있어.' 그것은 분명 이준의 목소리였다. 서울에서 내려와 처음으로 명화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소년. 하지만 동시에 그 목소리는 썩은 민물의 비린내를 머금은, 죽은 자의 축축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명화는 혼란스러웠다. 신이 들려준 그 목소리는 구원일까, 아니면 자신을 물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악귀의 유혹일까. 명화는 자신의 손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명화야, 이리 와 보거라." 할머니 옥분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명화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옥분은 탈진한 듯 제단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평소 호랑이처럼 매섭던 할머니의 어깨가 오늘따라 유난히 작고 초라해 보였다. 옥분은 떨리는 손을 뻗어 명화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손가락 마디마디에서는 진한 향 냄새가 배어 있었다. "마지막 방울 소리가 울릴 때... 무엇을 들었느냐. 혹시 누군가 너를 부르지는 않더냐? 내 말이 들리거든 절대 대답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대답... 하지는 않았겠지?" 할머니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평생 신을 모시며 강인하게 살아온 노무당의 얼굴에 드리운 것은 다름 아닌 '공포'였다. 명화는 입술을 짓씹었다. 만약 그 목소리가 준의 것이었다고 사실대로 말한다면, 할머니는 분명 그 소년을 마을에서 내쫓으려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 무서운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 명화는 할머니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며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