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 12화 사투 (死鬪)
12화 사투 (死鬪) 마을 사람들의 성난 횃불과 광기 어린 고함 소리를 뒤로한 채, 옥분과 명화는 준의 집 앞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으리으리한 외관을 자랑했을 이방인의 현대식 주택은, 이제 달빛조차 스며들지 못하는 거대한 무덤처럼 변해 있었다. 굳게 닫힌 쇠창살 대문 틈새로는 이미 시커먼 진흙물이 핏줄기처럼 끊임없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마당을 가득 채운 썩은 물비린내는 폐부를 찌를 듯 지독했다. 죽은 자를 배웅할 때 입는 옥분의 새하얀 소복(素服) 자락이 음산한 밤바람에 섬뜩하게 펄럭였다. 옥분은 굳게 닫힌 대문을 노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명화야. 지금부터 내 등 뒤에서 단 한 발자국도 떨어져서는 안 된다. 네 손에 쥔 방울이 유일한 목줄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마라." 명화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꽉 쥐었다. 손바닥 중앙에 각인된 은색 방울이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뜨겁게 박동하고 있었다. 끼이익-. 옥분이 대문을 밀고 들어가자, 이미 발목까지 차오른 끈적한 흑수(黑水)가 그들을 맞이했다. 현관문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설수록 물의 깊이는 점점 깊어졌다. 무릎까지 차오른 물속에서는 수많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혹은 수백 명의 억울한 영혼들이 바닥을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음이 들려왔다. 찰박, 찰박. 적막한 집 안에는 오직 두 사람의 무거운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2층, 준의 방문 앞. 문틈으로는 아예 작은 폭포처럼 쉴 새 없이 검은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옥분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단숨에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아..." 명화는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더 이상 소년의 평범한 방이 아니었다. 방의 중력이 비틀린 듯 가구들은 천장과 수면 사이를 어지럽게 맴돌았고, 방 전체가 끝을 알 수 없는 저승의 깊은 늪으로 변해 있었다. 그 늪의 한가운데, 준이 반쯤 물에 잠긴 채 경련하며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소년의 입에서는 여전히 새까만 강모래와 피 섞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