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 17화병 (病)
17화 — 병 (病) 쾅! 쾅! 콰아앙! 신당의 낡은 나무 대문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대문 밖에서는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거친 고함과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아수라장처럼 뒤엉켜 있었다. 횃불이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와 성난 인간들의 땀 냄새가 찢어진 창호지 틈을 타고 신당 안으로 역겹게 밀려 들어왔다. 저승의 수살귀들을 간신히 밀어내고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이번에는 이승의 살아있는 광기가 두 아이의 목통을 조이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당장 문 열어, 이 무당 할망구야! 그 서울 애새끼가 우리 애들을 물귀신한테 제물로 바친 거 다 안다! 당장 끌어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이성을 마비시켰고, 두려움에 먹혀버린 마을 사람들의 집단 광기는 오직 분노를 쏟아낼 희생양만을 찾고 있었다. 낫과 쇠스랑, 굵은 몽둥이를 든 십여 명의 장정들이 기어이 빗장을 부수고 마당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살기가 번뜩이는 그들의 눈동자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라, 광기라는 이름의 '병(病)'에 깊이 감염된 악귀의 눈빛과 다를 바 없었다. "이 무지몽매한 것들아! 감히 뉘 앞이라고 쇳덩이를 함부로 휘두르느냐!" 마당으로 뛰쳐나간 것은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할머니 옥분이었다. 옥분은 찢어진 소복 차림 그대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몸을 이끌고 성난 군중 앞을 가로막았다. 마을 사람들은 옥분의 기괴하게 늙어버린 모습에 일순간 주춤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슬 퍼렇던 노무당이 마치 송장처럼 바싹 마른 채 백발을 흩날리고 서 있는 모습은 묘한 공포감을 주었다. 하지만 광기는 얕은 두려움 따위는 쉽게 씹어 삼켰다. 아이를 잃어버린 식육점 남자가 눈을 핏발처럼 붉히며 낫을 치켜들었다. "비켜! 당신이 저 재앙 덩어리를 감싸고도니까 마을에 수마가 덮친 거 아니야! 저 애새끼를 강물에 던져버려야 잃어버린 우리 애들이 돌아온단 말이다!" 남자가 옥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