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 14화 밤의 방문자
14화 밤의 방문자 할머니 옥분의 끔찍한 과거와, 명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거대한 수마(水魔)의 저주. 그 무거운 진실이 신당 안의 공기를 납덩이처럼 짓누르고 있었다. 제단 위의 촛불이 산소가 부족한 듯 가늘게 파르르 떨리다 이내 위태롭게 일렁였다. 밤은 이미 가장 깊은 심연의 시간에 도달해 있었다. 평소라면 멀리서 들려와야 할 동네 개들의 짖는 소리조차, 오늘 밤엔 쥐죽은 듯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마치 마을 전체가 거대한 물속으로 가라앉아 완벽한 진공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으으음..." 그 지독한 정적을 깬 것은 돗자리 위에 쓰러져 있던 준이었다. 미세하게 떨리던 소년의 눈꺼풀이 천천히, 아주 기계적인 속도로 밀려 올라갔다. 명화는 숨을 멈추고 준의 얼굴을 살폈다. 준이 의식을 되찾은 것일까. 하지만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준의 움직임은 산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동이 아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굵은 실에 매달린 인형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강제로 끌어올려지듯, 상체 전체가 뻣뻣하게 수직으로 일어섰다. "준아... 정신이 들어?" 명화가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가려던 찰나, 할머니 옥분이 날카로운 손아귀로 명화의 손목을 낚아채어 자신의 등 뒤로 거칠게 끌어당겼다. "가까이 가지 마라!" 할머니의 경고에 명화는 다시 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깨어난 소년의 눈동자에는 반사되는 촛불의 빛무리가 전혀 없었다. 희자위까지 온통 시커먼 먹물처럼 변해버린 준의 두 눈은, 빛을 반사하는 대신 방 안의 모든 온기를 빨아들이는 끝없는 늪처럼 보였다. 소년은 턱을 기괴한 각도로 치켜든 채, 초점 없는 텅 빈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찰박. 찰박. 그때였다. 굳게 닫힌 신당의 문밖, 마당 쪽에서 기분 나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비가 내린 적도 없는데, 누군가 발목까지 차오른 진흙탕을 맨발로 질척거리며 걷는 소리였다. 명화의 솜털이 곤두섰다. 발소리는 하나...